2019-09-22 Sun
 
‘앞이 안보인다’
2019-09-02 11:02 14


수요부진 원재료인상에 각종 규제까지..
사방에 악재 겹쳐 신음하는 레미콘업계


건설기초자재산업의 전방주자인 레미콘산업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 원재료가가 급등한 가운데 환경규제, 그리고 운반비 인상을 앞세운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업계가 수요 감소, 원재료가 인상, 노조 문제, 정부 규제 등 4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레미콘 수요는 건설경기가 정점을 찍은 2017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줄고 있다.
작년 전국의 연간 레미콘 판매량은 전년 대비 평균 10.7% 줄었다.
특히 지방권은 울산이 32.0%, 제주가 28.3%, 경남이 23.0% 등 평균 하락폭을 훨씬 웃돈다.
올해 상반기도 비슷한 감소세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재료가는 치솟고 있다.
2017년 1월 남해EEZ(베타적 경제수역)의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부산권만 해도 ㎥당 1만5000원이던 바닷모래 가격이 지금은 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멘트 단가도 작년 10월부터 t당 5000원가량 올랐다.
정부의 환경규제도 큰 부담이다.
김포 등 일부지역은 규제로 공장 가동까지 멈췄다.
더 큰 걱정거리는 울산을 필두로 전국으로 퍼질 기세인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와 이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 행렬이다.
매년 회당 2000원가량의 운반비 인상을 이어왔지만 올해 인상폭은 5000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런 손실을 만회할 레미콘가격 인상은 꽉 막힌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ㆍ울산권을 시작으로 수도권까지 건설업계와의 단가인상 협의가 본격화됐지만 건설업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여서 난항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나몰라라’
정책 실종에 시장은 대혼란

이처럼 레미콘업계는 지금 연이은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우선적으로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물량 감소가 오랜 기간 이어진 여파로 매출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올 초부터 불거진 노조 문제는 공장까지 멈춰세웠다.
정부마저 ‘나몰라라식’ 행정을 거듭하며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국내 산업현장과 맞지 않는 규제를 적용하는가 하면, 바닷모래처럼 한쪽에 치우친 편파행정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일까.
궁지에 몰린 일부 레미콘사들은 ‘궁여지책’으로 과거만 해도 업계의 철저한 금기사항으로 준수됐던 권역을 넘어선 영업까지 넘보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레미콘업계는 수요 감소, 원재료가 인상, 노조 문제, 정부 규제 등 4중고를 돌파하고자 레미콘 가격인상 시도에 돌입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최근 부산ㆍ울산과 세종시 등지에서 건설사에 가격인상 공문을 보냈고 수도권 레미콘사들도 근시일내 건설업계를 만나 단가조정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바닷모래 채취중단 등과 관련한 원가인상 부분은 작년 단가협상 때 모두 반영한 만큼, 추가인상은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입장이다.
이런 상황 아래 지역 레미콘사 간의 마찰도 잇따를 조짐이다.
최근 파업으로 대다수 공장이 멈춰선 울산이 대표적이다.
부산 기장과 경주, 양산 등 울산과 인접한 지역의 일부 레미콘사들이 막대한 물량을 울산 내 건설현장에 공급한 게 발단이 됐다.
그동안 전국 각 권역별 레미콘사들은 지역 간의 과잉경쟁과 이로 인한 단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각 레미콘사들이 속한 지역 내에서만 영업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깨진 것.
정확한 납품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울산광역시 바깥의 기업들이 용차를 동원해 하루 수천㎥씩의 레미콘을 울산시 건설현장에 납품하고 있다는 게 울산 레미콘사들의 하소연이다.
울산레미콘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외지의 업체들이 기습적으로 물량을 들여온 사례는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통상적으로 레미콘은 지역별 시황 및 수요에 따라 단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업계간 가격 경쟁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지역을 벗어난 영업 행위가 암묵적 동의 아래 금지시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울산 지역에서 ㎥당 평균 레미콘 단가는 6만9400원 수준이다.
하지만 타지역 업체들은 많게는 1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물량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이 장기화된 여파로 레미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일단은 높은 가격이라도 수용해 급한불 끄기에 나선 모습이지만, 이에 따른 향후 여파는 고스란히 울산 지역사들이 떠안게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공기 연장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비싼 단가에라도 물량을 공급받아 시공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어떤식으로든 울산레미콘사에 불리한 형태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간 문제로 그치지 않고 레미콘 운송업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레미콘사들과 울산권에 근거지를 둔 레미콘믹서트럭 운전자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다한 파업과 갈등이 울산지역의 경제만 망치는 형국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일단 공사를 이어가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값비싼 레미콘을 용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울산지역의 레미콘업계와 운전자들이 모두 손실을 보게 됐고, 자칫 이런 조달이 고착화될 경우 지역레미콘사들의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노총에 소속된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경우 외지 레미콘사들의 물량까지 운송하겠다고 나서면서 오랜 권역 간 경계가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민노총 산하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는 실제 부산 등 기타 지역레미콘사를 대상으로 울산 지역 내 운송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외부의 물량을 지원받아 지역 건설현장으로 납품하겠다는 내용의 협조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업계의 한 임원은 “믹서트럭 운전자들이 권역별 경계를 넘나들면 결국 레미콘사들만 덤핑경쟁에 죽어날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쟁의가 지역의 풀뿌리격인 레미콘산업의 기반마저 무너뜨리는 형국이지만 지자체도, 정부도 팔짱만 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행위가 지속될 경우 업계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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