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7 Tue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고, 치킨게임에 빠진 레미콘업계
2020-09-03 12:28 36



지난해 레미콘공장 가동률 최저치 찍어

전국 평균 23%대…9년來 최저
인건비 인상 등 수익성 악화 겹쳐

레미콘 시장에서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포기해야 끝나는 경기)’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 시장은 건설·부동산의 침체에 따라 지속적으로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공장은 늘고 있어 전반적인 출하량 감소 여파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공급이 확대돼 단가하락까지 발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레미콘 공장 가동률이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레미콘 공장 수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레미콘 판매량은 건설경기 침체로 2년 연속으로 줄어든 여파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발간한 ‘2019년도 레미콘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전국 레미콘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23.3%로 2011년(23.3%)과 동일한 9년래 최저치였다. 공장 가동률은 1991년 49.6%로 지금의 2배가 넘는 등 40%대를 유지했지만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과 1999년 각각 29.6%로 급감했다. 2000년 33.0%를 시작으로 다시 살아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7.9%)부터 다시 감소해 2010년 22.6%까지 추락했다. 
2010년대는 20%대 중후반을 오락가락하다가 2018년 24.9%에 이어 작년 23.3%까지 줄었다. 가동률 추락의 요인으로는 2017년 이후 주춤하기 시작한 건설경기가 꼽힌다. 이에 더해 콘크리트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를 포함한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가 상승 아래 레미콘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다른 원인으로는 레미콘 공장의 지속적 증가세가 꼽힌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출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공장 수는 계속 늘어나니, 가동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절실하지만 90분 내에 운송해야 하는 반제품 형태의 지역밀착형 산업 특성상 감축할 방법이 막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건설경기 침체 속 판매량 감소에도
공장수는 해마다 늘어 가동률 급감

실제 최근 30년간 레미콘 공장이 줄어든 시기는 IMF 위기 직후인 1999년뿐이다. 1998년 728곳에서 708곳으로 20곳이 감소했다. 하지만 2004년(828개)에는 800개를 넘었고, 2010년(909개)에는 900개까지 돌파했다. 이후 2015년에는 1001개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1083곳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출혈경쟁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현재 레미콘 단가는 6만원대에 형성됐다. 기준가는 7만원대 중반이지만, 공급자가 많은 만큼 협상테이블에서 건설업계에 주도권을 내준 것이다. 민간 대상 출하량은 1139만㎥으로 77.5%의 비중을 나타낸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비중을 늘려도 민수를 넘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관에 납품하는 비중은 22.5%(332만㎥)에 불과하다. 사실상 민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시장의 기대치는 더욱 줄어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3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간 SOC는 도로, 철도 등 경제기반을 주축으로 대형 공사가 주를 이뤘다. 이와 달리 생활 관련 시설을 늘리는 것은 기존의 공급량에 못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주도하는 SOC가 민간에서의 물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납품단가는 맞추기 어렵다. 공공입찰제도를 통해 납품할 경우 민간에 판매되는 단가보다 최대 10%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민노총 주도의 믹서트럭 운전기사 파업으로 무려 66일간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울산지역의 출하량 감소폭이 전국에서 가장 큰 점이다. 
전년(320만㎥)보다 37.5%나 급감한 200만㎥에 그쳤다. 울산에 이어 감소폭이 큰 지역도 민노총 주도 아래 올해 레미콘 파업이 잇따랐던 부산과 경남권으로 각각 17.5%와 15.8% 줄었다. 올해 화물연대 소속 BCT(벌크시멘트 트레일러) 운송중단 사태가 빚어진 제주권의 감소폭(-15.2%)이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해 출하량이 늘어난 지역은 대구(9.6%)와 광주·전남(0.5%)이 유일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 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판매량, 공장가동률 등이 급감하는 가운데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의 파업까지 겹쳐 업계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올해는 믹서트럭 운송거부 투쟁에 사상 최대 장마까지 겹쳐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믹서트럭 운전기사 파업에
재건축 규제강화로 이중고

이처럼 올해는 레미콘 시장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모두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발생하며, 회복에 전념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레미콘 시장은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의 경우 여력이 남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가격경쟁까지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국 공장 가운데 대부분이 현지 기반형 중소업체들로 구성된 만큼 시장 침체는 중소기업계의 전반적인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레미콘업계는 지입차주와의 갈등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부동산 대책까지 더해져 충격이 두 배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전반적인 침체 상황 속 지입차주(운송차주)들의 운송비 인상 요구와 신축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레미콘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재건축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업계전체가 이중고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이미 전국적으로 운송사업자들의 운송비가 예상보다 크게 인상됐을 뿐 아니라 건설업체들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단가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우선 지입차주들과의 갈등의 골은 일부 지역에서 좁혀지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놓고 보면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입차주들은 부산·경남지역을 시작으로 운송비 15% 인상을 요구해왔다. 레미콘업체들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됨에 불구하고 매년 약 5%의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자 지입차주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지입차주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지난 5월 레미콘 운송 단가를 20% 가량 인상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지입차주들의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현재도 각 지역별로 지입차주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펼치고 있다. 지입차주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나타내자, 업체들도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소재 레미콘업체들은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과 가동률이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자당 연평균 약 6000만원의 운반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유류비, 식대까지 지원하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파업 당시 수도권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율은 70%에 달하며, 곤혹을 치렀다. 이후 양측은 운송비 약 9% 인상안에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입차주들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업계 사정에 일부 공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입차주들과의 갈등은 해소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전방산업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달 기준 79.4를 기록했다. CBSI가 100미만일 경우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지난달 CBSI는는 장기평균선(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6·17 부동산 대책으로 레미콘 시장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신축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물량이 판매되는 재건축이 어려워질 예정이다. 
재건축 기준 연한은 30년으로 늘었고, 리모델링은 15년 수준이다. 사실상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들도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리모델링의 경우 기존 구조물의 뼈대는 유지하고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재건축보다 적은 양의 레미콘이 투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레미콘 시장은 지입차주와의 갈등, 전방산업의 하방국면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며 “레미콘 판매 단가도 업체별 출혈경쟁으로 최근 5년간 오르지 못하고 있어, 인건비·단가의 균형을 이루는 것마저 벅차다”고 말했다. 
IP : 222.111.205.xxx